정임석 열사 형이 쓴 회고록 1 (1960.06.20~21)

四·一九에 바친 「아우의 臨終」
아우의 무덤앞에서
사월이십삼일 오후칠시경 어둠이 대지를 깃들무렵 나는 「임석 위독급히상경」이라고 쓰여진 한통의 속달전보를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혹시 아우의 신변에 이상이 없나」하고 매일같이 대서특필로 보도되는 민주혁명의 기사와 아울러 쓰러진 사망자와 부상자의 명단을 하나 빠짐없이 다 찾고 있던 차에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은 가족 일동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금새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한동안 말문이 닫혀지고 말았다.
나는 수저를 놓고 정신없이 멍하니 앉아계신 어머님을 뒤에 두고 불야 불야 옷을 갈아입고 정거장으로 줄달음쳤다. 서울행 기차가 몇시에 있나를 알아 보기 위해서였다. 역원에게 서울행기차 시간을 알아보았더니 주요 도시의 계엄선포로 시간이 변경되어 내일(이십사일) 밤차가 있다고 할뿐이다. 내일이면 이십시간 이상 기다려야한다. 그 내일이 너무나 숨 막힌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위독하다는 아우가 그사이에 어떻게 될찌 아무도 장담 못한다. 병상에 누워서 애타게 부르는 어머님 형님이라고 외치는 신음소리가 귓전에 쨍쨍하였다. 재삼, 역원의 수고를 빌어 가장 빨리 서울에 도착할 수 있는 기차를 다방면으로 알아보았으나 역시 내일 저녁 편을 이용하는 기차가 가장 빠르다는 결론이었다.
◇중앙선 삼등 객실에 몸을 싣고 간신히 한자리를 구해서 착석하고 보니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쳐간다. 서울 청량리역 도착이 사월이십오일 오전 칠시 십분 이었다.
먼동이 훤히 튼 서울하늘은 오늘따라 더욱 우중충한 것같다. 「택시」속에 몸을 얹고 서울 대학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그가 살았으면 어떻게 대하나 이런 것을 생각해 보았다.
무슨 말을 하면 그에게 가장 위안이 되고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이 무명의 애국자에게 온 겨레가 한결 같이 무언의 위안을 올리고 있고 성스러운 혁명에 참여해서 명예의 부을 입은 것은 울산고을 자랑이라고 일러주」 그러나 불행히도 그 죽게 된다면? 정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뻐근한 일이었다.
그러나 결코 눈물을 흘리는 못난 시늉은 하지 않으리라. 어느덧 「택시」로 병원 안을 깊숙이 들어가서 멈췄다.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 상상한 것처럼 사람이 많지 않았다. 병원복도를 들어가 보니 인적 없이 고요하다.
마침 걸래질하는 청소부를 붙잡고 구호실을 안내받아 「노크」하고 쑥 들어가니 「알콜」냄새와 소독 냄새가 코를 쑤신다. 두루 살펴보니 중간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형님」하고 외친다. 분명이 아우 「임석」이다. 순간 살아있다는 환희가 가슴을 매운다.
그러나 다시 보니 그의 복부 양쪽에는 가느다란 고무줄이 끼어져있고 또한 두코안에도 고무줄이 끼어져서 ○병에 연결되어 있었다. 중환자임이 분명했다. 호흡이 순조롭지 못하여 신음○○소리는 참아 들으수 없었다. 울지 않으려고 그○○ 다짐했고 맹세도 ○○○붙잡는 순간 바○○ 핏덩어리가 북받쳐오○ 두눈에서는 주먹같은 눈물이 사정도없이 주룩 흘러 그의 뺨을 ○○이다.
그는 나의 두손을 힘껏 잡고 제대로 통하지 않는 호흡을 두번세번 몰아쉬고 푹꺼진 눈자위에서는 뜨거운 눈물만ㄹ 한방울 두방울 흘러 뺨을 타고 흘렀다. 『형님 감사합니다.』 ○이 제대로 되지않아 ○○ 말하나하고 긴호흡을 ○○아쉬고 이것을 몇번이나 하여 겨우 그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러○○서도 그의 말은 계속되었다.
『형님 울지마셔요. 죽지않습니다. 그러나 형님 정말 죽을죄를 지었읍니다. 십사년간이나 애써 공부시켜 주신 형님의 노고에 보람도 없이 이렇게 되어서......』
『임석아 그만...』 우선 그의 말을 막았다. 그는 못시 말을 하는데 고통을 느끼는 것만 같아 견딜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북받쳐 오른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해 나는 말문이 닫혀진 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겨우 『임석아 너의 형이 그렇게도 못생긴 줄만 아느냐. 십사년간 애써 공부시킨 보람이 바로 이것이다.
민주 역사에 영구히 기록될 찬란한 업적을 몸소 실행한 훌륭한 아우를 가졌다는 것이 나의 일생을 통한 참된 기쁨』이라고 우선 위안을 시켰다. 『형님 고맙습니다. 비록 죽는다 하더라도 원통치 않게 생각합니다』 그의 숨결은 각일각 거칠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꾸만 다음 말을 이으려고 애썼다. 그의 고통이 자꾸만 가중되는 것 같아 너의 병세가 조금 회복된 후에 천천히 얘기하자하여 우선 그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말을 멈추고 간호부에게 병의 경과를 물었다. (계속)